‘순수 토종기술로 만든 국내 최초의 우주관측 과학위성’. 무게 106㎏, 높이 1m인 작은 덩치의 이 위성에는 한국 우주항공산업계의 15년 숙원이 응집돼 있다.

숙원을 현실로 바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개발팀은 26명. 그들 중 23명이 계약직이다. 기계팀장인 이준호(33) 박사.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도 계약직이다. 지난 99년 개발팀에 참여하면서 받았던 첫 월급은 140만원. 두 살 난 딸을 둔 그는 “은행에 1000만원을 대출받으려고 갔더니 계약직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기의 한글자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천지인’. 99년 이후 이 프로그램을 채택해 판매한 휴대전화기는 3000만대가 넘는다. 전화기 한 대당 프로그램 가격을 3000원(훗날 소송에서 개발자측 변호사가 산정한 금액)으로 계산할 경우, 900억원의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당시 이 프로그램 개발자에게 지급했던 특허 출원·등록에 대한 인센티브는 21만원.

그나마 이렇게라도 보상해주는 기업이 드물다. 2001년 노동부가 156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연구원들의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15%에 불과했다. 정부는 과학·기술 인력의 이런 ‘억울함’에 무관심하다. 2001년 3월 개정된 특허법은 “종업원 직무발명의 보상금 지급에 관한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령은 3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정부와 기업은 연구·개발자들의 성공 보상에는 인색하지만, 실패에는 가혹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 현장에 남아 있는 40~50대 엔지니어가 드물다. LG생명과학기술연구원의 경우, 310명 연구원 중 50대 이상인 사람은 송지용(53) 원장 단 한 명. 전체 연구원의 평균 연령은 33.6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박사 후 과정을 마칠 때까지 30년 동안 공부한 뒤, 연구소에서 일한 지 5년째다. 그런데 벌써 남아있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연구소에서는 40세가 정년이다.”(LG생명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술 인력을 홀대하고, 엔지니어의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토양에서 신기술이 탄생할 수는 없다. 한국이 2001년에 이어 2002년에도 OECD 국가 중 기술무역 수지 적자국 리스트의 맨 위쪽에서 두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조선닷컴) 입력 : 2004.01.28 17:2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