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아이디어 '반짝반짝' 사용량 19% ↓
#1.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이영숙(53·여)씨는 요즘 전기요금을 생각하면 흐뭇하기만 하다. 지난 1월 전기 사용량이 165kWh로 2006년 1월(291kWh)보다 43%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집안을 ‘절전 모드’로 바꾼 덕분이다. 이씨 집을 방문해보니 반쪽만 켜진 거실 형광등이 눈에 들어왔다. 이 형광등은 전구를 분리해 절반만 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형광등 6개를 갈았을 뿐인데 정말 많이 줄었지요?” 이씨도 놀라워했다.
#2. 김지영(5)·지민(4), 두 딸의 엄마인 이규량(34·부림동)씨는 지난해 말부터 플러그마다 스위치가 달려 있는 다중 멀티탭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 제품의 전기 코드를 플러그에 꽂아 소모되는 ‘대기전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덕분에 한 달 전기요금이 2000원이나 줄었다. “TV 뒷면에 손을 넣어서 코드를 뺐다 꽂았다 하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멀티탭을 쓰니까 아이들도 쉽게 껐다 켰다 해요.” 코드마다 ‘TV’ ‘컴퓨터’ 등 이름표를 달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과천시 의 ‘조용한 실험’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정에 온실가스(탄소) 배출권을 할당하는 제도를 지난 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기준연도인 2006년 1월보다 전기 사용량을 평균 19% 줄인 것이다. 과천시는 지난해 8월 환경부와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 협약을 맺고, 스스로 참여한 560세대의 가정을 대상으로 전기 사용 할당량을 우선 지정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 중 전기가 가정에서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세대원 1인당 월 72kWh 이하(2005~2006년 과천시 일인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월 84kWh)를 쓰면 시민회관 우선 이용권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기존에 전기 사용량이 많아 72kWh까지 줄이기 힘든 가정도 정해진 절전 목표량을 지키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시험 운영을 거쳐 올 1월 실험에 들어갔다.
김혜란(47·주부·별양동)씨는 냉장고와 TV 사용을 줄여 절전한 경우다. 냉장고와 TV가 각각 두 대 있는데, 용량이 작은 제품으로 한 대씩만 썼더니 566kWh에서 231kWh로 전기 사용량이 60%나 떨어졌다.
코 드 뽑기, 스위치 끄기 등 ‘에너지 당번’을 청소년 자녀에게 시켜서 줄어든 전기요금만큼을 용돈으로 주는 가정도 있다. 할당량보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 남는 ‘사용권’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개인 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과 천시 최준영 기후변화대응팀장은 “참여가구가 모두 목표를 달성하면 매달 어린 잣나무 2만5200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과천시는 성과를 봐가며 수도·가스·교통 등으로 확대한 뒤 2010년 탄소배출권 거래를 도입할 예정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가나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받은 다음,
이 보다 적게 배출하면 줄인 양만큼을 다른 국가·기업에 팔 수 있도록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정했다. 전 세계의 배출권 시장 규모는 2006년 301억 달러(약 28조3500억원)이며 2010년께에는 1500억 달러(약 14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